“상대는 무단횡단인데 왜…정말 하나도 안 보였었어도 저는 제 속도와 법규도 지켰습니다.”
[대전시민뉴스 나이삭 기자] 차량 신호는 정상이고 제한속도도 지켰다. 그런데 늦은 밤 갑자기 사람이 도로로 뛰어든다.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충돌을 피하지 못했다. 사고 직후 운전자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대개 비슷하다. 더 당황스러운 순간은 그다음이다. 경찰에서 교통사고와 관련해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연락이 온다. 보행자가 교통법규를 어겼는데 정작 운전자인 자신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쉽게 납득하지 못한다. 그러나 보행자 교통사고에서 ‘누가 먼저 잘못했느냐’와 ‘운전자에게 형사상 과실이 있느냐’는 같은 질문이 아니다.
법무법인 대련 부대표 황진섭 변호사는 “보행자가 무단횡단했다는 사실은 사고 원인과 과실을 판단하는 중요한 사정이지만 그것만으로 운전자의 주의의무가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자동차와 보행자가 충돌했다는 결과만으로 운전자에게 언제나 형사책임을 물을 수도 없습니다.”라고 하며 결국 수사기관과 법원이 확인해야 하는 것은 사고 직전 몇 초 동안 운전자가 무엇을 볼 수 있었고, 무엇을 예상해야 했으며, 실제로 사고를 피할 수 있었는가에 있음을 전하였다.
“저는 보행자이고, 제가 다쳤는데 왜 운전자는 처벌을 안 받나요?”
운전자가 아닌 보행자일 때도 마찬가지다. 최근 교통사고 판례에서도 이처럼 보행자 보호의무를 구체적인 도로 상황과 결합해 판단하는 흐름은 분명하다. 대법원은 횡단보도 사고에서 자동차가 보행자보다 먼저 진입했더라도 그대로 진행할 경우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초래할 상황이라면 일시정지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신호기가 없는 횡단보도에서 주차된 차량 때문에 보행자의 존재를 쉽게 확인하기 어려웠던 사건에서도 운전자가 속도를 충분히 줄이거나 일시정지해 보행자를 확인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보행자 사고에서 자신은 법을 지켰다는 한 문장만으로 조사가 끝나지 않는 이유다.
보행자가 무단횡단, 한 사안에서 사고 원인과 과실 판단의 기준이 되는 시점은 언제일까? 자동차와 보행자가 충돌했다는 결과만으로 운전자에게 언제나 형사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결국 수사기관과 법원이 확인해야 하는 것은 사고 직전 몇 초 동안 운전자가 무엇을 볼 수 있었고, 무엇을 예상해야 했으며, 실제로 사고를 피할 수 있었는가다.
▲동영상=법률사무소 대련 유튜브.
“보행자 70, 자동차 30 아닌가?”, “무단횡단이면 보행자 100%이지!”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흔히 보험사가 산정하는 과실비율부터 떠올린다. 그러나 민사상 손해배상에서 논의되는 과실상계와 운전자의 형사책임은 구별해야 한다. 황진섭 변호사(법무법인 대련 부대표)는 “형사사건에서는 운전자가 업무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했고 그 과실 때문에 피해자의 사망이나 상해라는 결과가 발생했는지가 핵심이라 보행자가 도로를 무리하게 건넜다는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당시 운전자가 충분히 보행자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전방주시를 게을리했는지, 제한속도를 넘겼는지, 위험을 발견한 뒤 적절한 제동을 했는지 등이 별도로 검토될 수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또한 반대 상황도 생각해야 함을 설파하였다. 어두운 도로에서 보행자가 차량 바로 앞으로 갑자기 뛰어들었고 정상적으로 운행하던 운전자가 물리적으로 충돌을 피할 시간이 없었다면 단순히 자동차가 사람을 쳤다는 결과만으로 운전자의 과실을 인정해서는 곤란하다. 그래서 보행자 사고에서 중요한 개념이 예견 가능성과 회피 가능성이다. 사람이 나타날 것을 예상할 수 있었는가. 발견 가능한 지점은 어디였는가. 당시 차량 속도에서 제동에 필요한 거리는 얼마였는가. 실제 브레이크를 밟은 시점은 언제였는가. 가로수나 주차차량이 시야를 가렸는가. 야간이었다면 조도와 피해자의 옷 색깔은 어떠했는가. 보행자는 걷고 있었는지 뛰어들었는지. 형사책임은 이런 작은 사실들이 모여 결정되기에 어느 입장이라도 사건 초기부터 법률전문가와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무법인 대련 김범식 대표변호사는 “보행자가 무단횡단했다는 사실은 사고 원인을 판단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그것 하나만으로 운전자의 형사책임 유무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보행자가 크게 다쳤다는 결과만을 보고 운전자의 과실을 추정해서도 안 됩니다.”라고 하며 사고 당시 운전자가 위험을 발견할 수 있었는지, 발견했다면 실제 충돌을 피할 시간과 거리가 있었는지를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함을 전하며 마무리 했다.
※ 본 칼럼은 법무법인 대련의 법률 자문을 바탕으로 교통사고 관련 법률 쟁점을 설명하기 위한 내용이며, 구체적인 사건의 사실관계에 따라 법적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칼럼 자문: 황진섭 변호사(법무법인 대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