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민뉴스 김주용 기자] 휴가 중 지인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처음 만난 상대와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이후 몇 차례 만남이 이어졌지만 관계가 틀어진 뒤 상대방이 성범죄 피해를 주장하며 신고했다. 얼마 후 경찰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성범죄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인이라면 우선 혐의가 무엇인지, 상대방의 주장과 자신의 기억이 어디에서 엇갈리는지부터 확인하게 된다. 그런데 직업군인이라면 머릿속에 질문이 하나 더 생긴다.

“부대에도 알려지는 것 아닌가. 무혐의가 나오면 군 생활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건가?”

군인 성범죄 사건이 일반 형사사건보다 복잡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나의 사건이 형사처벌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고 군인이라는 신분에서 발생하는 징계와 인사상 불이익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군 내부의 성비위에 대한 기준은 계속 세분화되고 있다. 국방부는 2026년도 군인복무기본정책 시행계획에서 마약류 관련 비위뿐 아니라 스토킹, 딥페이크 성비위, 음란물 유포 등에 관한 세부 징계양정기준을 마련하고 군인 및 군무원 징계업무 처리기준 역시 구체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번 칼럼의 자문을 맡은 법무법인 대련 부대표 황진섭 변호사는 “디지털 기술의 변화에 따라 과거의 전형적인 강제추행, 성폭력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유형의 성비위까지 군 기강과 신분의 문제로 세밀하게 다루겠다는 흐름입니다.”라고 하며 성범죄 혐의로 경찰의 출석요구를 받은 군인에게 필요한 첫 질문은 단순히 “구속될까요?” 또는 “벌금이 얼마나 나올까요?”가 아닌 정확히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지, 형사 절차와 별개로 자신의 군인 신분에 어떤 절차가 뒤따를 수 있는지를 함께 파악하는 것이 먼저임을 강조하였다.

현행 군인사법은 군인이 법이나 명령을 위반한 경우뿐 아니라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우,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게을리한 경우에도 징계사유가 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황 변호사는 “형사절차는 구성요건과 증거에 따라 범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이고, 군 징계는 군인사법과 관련 규정에 따라 군인으로서의 의무위반이나 품위손상 여부 등을 판단하는 별도의 행정적 절차입니다.”라고 하며 형사재판에서 처벌되는가, 군인으로서 징계사유가 존재하는가, 부분을 처음부터 완전히 같은 문제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고소가 접수됐다는 사실만으로 성범죄가 인정되거나 징계가 당연히 확정된다는 의미도 아니다. 신고, 입건, 송치, 기소와 유죄판결은 서로 다른 단계다. 징계절차에서도 대상자에게 방어권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들이 존재하고, 처분에 대한 항고제도 역시 마련돼 있다. 

2026년 8월 시행된 개정 군인사법은 항고심사위원회의 구성과 군법무관 참여 등에 관한 규정을 정비했다. 결국 군인 성범죄 사건에서는 형사사건만 잘 끝내면 나머지는 자동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도, 반대로 고소당했으니 군 생활은 끝났다는 단정도 모두 위험하다. 각 절차에서 무엇이 쟁점이고 어떤 자료가 판단의 근거가 되는지를 분리해 볼 필요가 있다.

▲사진설명=법무법인 대련(부대표) 황진섭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대련 제공.


“군인 성범죄 조사에서 첫 진술이 중요한 이유는?”

성범죄 사건은 특히 진술의 비중이 크다. 그러나 흔히 말하듯 피해자의 말만으로 무조건 유죄가 된다고 이해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당사자의 진술뿐 아니라 사건 전후의 메시지와 통화, CCTV, 이동내역, 목격자, 결제내역 등 확보 가능한 객관적인 자료를 함께 살펴 사실관계를 판단한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사람의 기억은 흐려지지만 디지털 기록은 상당 부분 그대로 남는다는 점이다. 법무법인 대련 황 변호사는 “당시 어떤 관계였는지, 만남은 어떻게 시작됐는지, 문제된 행위 전후에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서로의 진술이 객관적 자료와 일치하는지는 성범죄 수사에서 중요한 검토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하며 카카오톡 대화를 임의로 삭제하거나 상대방에게 연락해 신고를 취소하도록 설득하려는 행동은 오히려 새로운 오해와 불리한 정황을 만들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래서 경찰의 출석요구를 받은 직후부터 자신에게 유리한 말만 만드는 것보다 사건의 시간표를 먼저 복원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기억나는 사실과 기억나지 않는 사실을 구분하고 메시지와 통화내역, 사진, 카드결제와 이동자료 등을 확보한 뒤 자신의 기억과 객관적 기록이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군검사를 역임한 법무법인 대련 김범식 대표변호사는 “군인 성범죄 사건은 최초 경찰조사를 단순히 한 번의 출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진술 내용이 이후 수사와 형사재판에서 검토될 뿐 아니라 사안에 따라 군 내부 절차에서도 중요한 사실관계가 될 수 있기에, 조사 전 혐의의 내용과 사건 전후의 객관적인 자료를 충분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억울함이 큰 사건일수록 조사실에서 모든 것을 한꺼번에 설명하려다 진술이 흔들리는 경우를 경계해야 한다. 기억나지 않는 사실을 추측해서 답하거나 실제보다 단정적으로 말한 내용이 이후 확인된 자료와 달라지면 사건의 본질과 무관하게 진술의 신빙성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군복은 벗으면 그날의 근무가 끝난다. 그러나 군인이라는 신분에서 발생한 법률문제는 퇴근과 함께 멈추지 않는다. 성범죄 신고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피해를 호소했다고 해서 그 목소리가 가벼이 취급돼서도 안 된다. 결국 수사와 재판은 누구의 목소리가 더 큰지가 아니라, 어떤 사실이 증거로 확인되는지를 찾아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래서 군인 성범죄 사건에서 가장 위험한 판단은 어쩌면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으니 나중에 생각하자일 수 있다. 그러나 계급장을 지키기 전에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하고, 처벌을 걱정하기 전에 자신의 법적 지위를 알아야 한다. 군인의 성범죄 사건에는 때로 두 개의 시계가 동시에 움직인다. 하나는 수사와 재판의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징계와 군 생활의 시간이다. 문제가 생긴 뒤 어느 시계를 멈출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 처음부터 두 시계가 어디를 향해 움직이고 있는지를 아는 것, 그 지점에서 대응의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


※ 본 칼럼은 법무법인 대련의 법률 자문을 바탕으로 군인 성범죄 사건과 관련한 법률 쟁점을 설명하기 위한 내용이며, 구체적인 사건의 사실관계에 따라 법적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칼럼 자문: 황진섭 변호사(법무법인 대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