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까지 입금하지 않으면 신용평가원에 등록하겠습니다.”

[대전시민뉴스 나이삭 기자] 처음에는 문자 한 통이었다. 며칠 지나자 전화가 잦아지고 이번에는 표현이 달라진다. 계속 연락을 피하시면 가족과 직장에게 알릴 수밖에 없다거나 돈을 못 갚았으니 이 정도 독촉은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법적 조치 이상의 메시지가 이어진다. 내가 채무자라면 어떨까? 덜컥 겁이 난다. 실제로 돈을 빌렸고 갚지 못한 것도 사실이고 나와 가족, 직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준 것도 사실이라면 더 겁이 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채권자가 돈을 돌려받을 권리와 채무자가 인간다운 생활과 사생활의 평온을 보호받을 권리는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완전히 집어삼키는 관계가 아니다. 현행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자체가 채권자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보장하는 동시에 채무자의 인간다운 삶과 평온한 생활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법무법인 대련 부대표 황진섭 변호사는 “이 법에서 말하는 채권추심자는 금융회사나 전문 추심업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일정한 대부업자, 여신금융기관뿐 아니라 일반적인 금전대여 채권자와 그 채권을 양수한 사람도 법 적용대상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라고 하며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과 받아내는 방법까지 적법하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하였다. 

“가족은 채무를 갚아야 할 연대 책임자인가? 해당 채권은 적법인가?”

현행 채권추심법은 폭행·협박이나 위계, 위력의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적으로 또는 야간인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전화, 문자, 배달 등을 보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해 사생활이나 업무의 평온을 심하게 해치는 행위도 금지한다. 채무를 갚을 법적 의무가 없는 가족 등에게 대신 변제하도록 요구하면서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행위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더 직접적인 규정도 있다. 채무자의 직장이나 거주지처럼 사생활·업무와 관련된 장소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 있는 가운데 제3자에게 채무금액이나 연체기간 등 채무에 관한 사항을 공연히 알리는 행위가 금지돼 있고, 채권추심 과정에서 알게 된 채무자와 관계인의 신용정보 또는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추심 목적 이외에 사용하는 것도 제한된다. 심지어 채무자가 정상적으로 연락되고 있는데도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소재나 연락처를 캐묻는 행위 역시 법이 허용하는 무제한적인 추심방법이 아니다. 황진섭 변호사는 “채권추심법 제12조는 채무자의 연락두절 등으로 소재 파악이 곤란한 경우가 아닌데 관계인에게 채무자의 소재, 연락처 등을 문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라고 하며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는 음식 배달 및 꽃선물을 빙자한 메시지, 1원 입금 메시지 등 제3자가 채무사실을 알 수 있는 방식으로 변제를 요구하는 행위 역시 제한되며 위험할 수 있다. 

“채권 적법하고, 내 돈 내가 받겠다는데 연락도 못 하고 기다리기만 해야 하나요?”

과도한 일반화는 피해야 한다. 채권자가 가족에게 연락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모든 경우가 곧바로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채무자가 실제 연락두절 상태인지, 가족에게 어떤 내용을 말했는지, 변제를 요구했는지 단순히 연락처를 확인했는지 반복성과 시간대는 어떠했는지 등에 따라 적용되는 조항과 법적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법무법인 대련 김범식 대표변호사는 “채무가 실제 존재한다고 해서 채권자가 채무자의 가족이나 직장까지 자유롭게 압박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것은 아니다”며 “채권추심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에는 단순히 연락이 많이 왔다는 사실보다 누가, 언제, 누구에게, 어떤 표현으로 연락했고 무엇을 요구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채권추심 피해를 받고 있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상대방과 감정적인 설전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기록을 보존하는 것이다. 문자와 카카오톡, 통화내역, 우편물, 방문 일시와 장소 등을 남기고 가족이나 직장에 연락했다면 누구에게 어떤 내용이 전달됐는지도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 특히 “죽여버리겠다” 같은 노골적인 협박만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반복된 심야 연락, 가족에게 채무사실을 알리겠다는 메시지, 직장에 찾아가겠다는 압박, 법적 절차를 허위로 가장한 통보 등이 여러 차례 누적돼 있다면 전체적인 추심방식을 확인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개인회생이나 파산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주의해야 하는데 현행 채권추심법은 법원 결정에 따라 개인회생채권의 변제 요구가 중지·금지된 사실을 알면서도 법령상 절차 밖에서 반복적으로 변제를 요구하는 행위, 회생·파산·개인회생절차를 통해 전부 또는 일부 면책됐음을 알면서 반복적으로 변제를 요구하는 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황 변호사(법무법인 대련 부대표)는 “불법추심 사건에서는 채무가 존재하는지와 추심행위가 적법한지를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어 실제 빚이 있더라도 폭행·협박이나 반복적인 심야 연락, 제3자를 통한 압박 등 법이 금지한 방식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므로 메시지와 녹음 등 객관적인 자료를 보존하고 행위 유형에 따라 형사고소나 관계기관 신고 등 대응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설파했다. 

“채권을 어떠한 절차와 방법으로 받으려고 하는가?”

돈을 빌렸다면 약속에 따라 갚아야 한다. 채권자에게도 자신의 재산을 되찾을 권리가 있다. 그래서 법은 채권추심 그 자체를 금지하지 않는다. 다만 빚을 졌다는 이유로 채무자의 가족관계와 직장, 수면시간과 사생활까지 채권의 담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채권자는 돈을 받을 권리가 있지만, 사람을 무너뜨릴 권리까지 가진 것은 아니다. 채무자 역시 돈을 갚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압박을 견뎌야 할 의무는 없다. 결국 합법적인 추심과 불법추심을 가르는 질문의 답은 역시 법에 있다. 채무에는 만기가 있을 수 있으나 돈을 받겠다는 이유로 타인의 평온까지 만료시킬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기 때문이다.


※ 본 글은 채권추심과 관련 법령에 대한 일반적인 법률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내용으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적 판단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대련은 당사자의 권리 보장과 절차적 공정성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사회적 책임을 함께 고려해 법률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 칼럼 자문. 황진섭 변호사(법무법인 대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