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 사고로 이렇게까지 치료받는다는 건 보험사기 아닌가요?”
[대전시민뉴스 김왕규 기자] 주차장에서 범퍼가 살짝 부딪혔다. 눈에 띄는 차량 파손도 크지 않고 사고 직후에는 별다른 통증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다음 날 상대방이 한방병원에 입원했다는 연락이 온다. 며칠 뒤에는 치료가 계속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운전자는 억울하다. 온라인에서는 이를 조금 더 짓궂게 표현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인데, 차만 스치면 한방병원 간다.”라는 밈이 생길 정도다. 경미한 접촉사고 이후 입원이나 장기 통원치료를 둘러싼 불신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자동차보험의 경상환자 치료비 문제는 2026년 보험업계의 가장 뜨거운 쟁점 가운데 하나가 됐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 6,500억원이던 경상환자의 한의과 치료비는 2024년 1조1,400억원까지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의과 치료비는 3,500억원에서 2,600억원으로 감소했다. 정부가 장기치료와 과잉진료를 자동차보험료 상승의 주요 관리대상으로 지목한 배경이다.
결국 지난 9월 10일부터 제도도 달라졌다. 개정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령에 따라 상해등급 12~14급의 경상환자가 사고 후 8주를 초과해 치료를 계속하려는 경우 장기치료의 필요성과 기간에 대한 의료전문가의 검토 절차가 마련됐다. 정부가 애초 대책을 발표하면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경상환자 치료비는 약 1조3천억원, 관행적으로 지급되던 향후치료비는 이보다 많은 약 1조4천억 원이었다. 물론 교통사고 이후 한방병원에 입원했다고 해서 보험사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치료 기간이 길다는 이유만으로도 마찬가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올해 6월 자동차보험에서 시행되는 한방검사 등의 적용기준을 구체화한 새로운 심사지침을 공고했다. 결국 2026년의 자동차보험 정책은 치료 자체를 막는 방향이라기보다 치료가 필요하다면 그 필요성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8주 넘기면 치료하지 말라는 건가요?”
새로운 제도를 두고 한 커뮤니티에서는 “교통사고가 나도 이제 8주밖에 치료받지 못한다. 그 이후에는 전부 소송하고 싸워야 한다.”라는 논란도 있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8주를 치료의 절대적 상한선으로 설정한 것이 아니라, 경상환자가 8주를 넘겨 치료받으려는 경우 장기치료 필요성을 의료적으로 검토하는 절차를 도입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법무법인 대련 임지혜 변호사는 “경미한 사고 이후 장기간 치료를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환자를 보험사기범으로 단정해서는 안 되지만, 반대로 실제 사고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이후의 모든 보험금 청구가 당연히 정당해지는 것도 아닙니다.”라며 보험사기 사건에서는 사고 발생 경위와 충격 정도, 실제 진료기록, 입원 및 통원 과정, 보험금 청구내용, 당사자 사이의 연락과 금전관계 등을 종합해 허위 또는 기망이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많이 치료받았다는 것과 보험금을 속여 받았다는 것은 다르다?”
보험사기는 단순히 보험금이 많이 지급됐다는 결과만으로 성립하는 범죄가 아니다. 예컨대 처음부터 보험금을 받을 목적으로 일부러 사고를 내거나, 실제로 치료받지 않았으면서 치료한 것처럼 서류를 꾸미거나, 의료기관과 환자가 공모해 입원 및 치료내역을 허위로 만들고 이를 토대로 보험금을 청구했다면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등이 문제될 수 있다. 반면 실제 교통사고가 있었고 사고 이후 통증을 호소해 의료인의 판단 아래 치료받았는데 보험사가 보기에 치료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사정만 존재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의학적으로 치료가 적정했는가 문제와 환자가 보험회사를 속여 보험금을 취득하려 했는가라는 형사책임의 문제는 구별해야 한다.

▲사진설명=교통사고 현장을 이해하기 위한 생성형AI 이미지. /사진=Chat GPT.
“사고에 대한 선입견과 안일함으로 분쟁이 발생하기에 경각심 필요”
교통사고 피해자 역시 보험으로 치료받는 것이니 얼마든지 받아도 된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실제 증상에 따라 필요한 치료를 받는 것은 정당한 권리지만, 허위 증상을 만들거나 실제 받지 않은 치료를 청구하는 순간 치료비 문제는 형사사건의 영역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의료기관이 치료비를 과다 청구하거나 환자에게 허위 또는 과장된 청구를 제안하는 상황에서도 자신이 어떤 서류에 서명하고 어떤 보험금이 청구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 대련 임 변호사는 “자동차보험 사건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치료를 많이 받으면 모두 사기라는 선입견과, 반대로 사고가 실제 있었으니 어떤 청구도 문제가 없다는 안일함”이라며 “피해자의 치료받을 권리와 보험재정의 건전성을 모두 보호하려면 결국 객관적인 진료 필요성과 실제 손해에 맞는 보상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교통사고는 몇 초 만에 일어나지만 그 뒤의 치료와 보험처리는 몇 주, 때로는 몇 달 동안 이어진다. 그래서 작은 접촉사고가 어느 순간 치료비 분쟁이 되고, 보험사기 의심이 되고, 경찰조사로 이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2026년 9월부터 달라진 자동차보험 제도 역시 우리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아프다면 치료받아야 한다. 다만 그 치료가 길어질수록 왜 필요한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 본 칼럼은 법무법인 대련의 법률 자문을 바탕으로 자동차보험 및 보험사기와 관련한 법률 쟁점을 설명하기 위한 내용이며, 구체적인 사건의 사실관계에 따라 법적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칼럼 자문: 임지혜 변호사(법무법인 대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