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인 줄 알았는데 유사수신, 알바인 줄 알았는데 송금책”… 대구경찰청, 민생금융·사이버사기 1,059명 검거


[대구=대전시민뉴스 정영인 기자]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말은 이제 투자설명회장에서만 들리지 않는다. 온라인 쇼핑몰과 중고거래, 구매대행과 아르바이트, 콘텐츠 사업과 플랫폼 비즈니스처럼 오늘날 익숙한 산업과 거래의 문법을 빌려 돈을 모집하거나 제3자에게 송금·인출을 요구하는 범죄가 다양해지면서 시민에게 필요한 경계 역시 단순히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보내지 말라’는 수준을 넘어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거래의 실질과 자금의 흐름을 확인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대구경찰청(청장 박준성)은 지난 3월 3일부터 추진하고 있는 ‘민생침해 금융범죄·사이버사기 특별단속’을 통해 8월 말까지 약 6개월 동안 3,623건을 적발해 1,059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45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민생침해 금융범죄에서는 유사수신·다단계 30건과 불법사금융 70건 등 100건에서 108명이 검거됐으며, 사이버사기는 직거래사기 2,112건을 비롯해 게임사기 135건, 쇼핑몰사기 284건 등 모두 3,523건에서 951명이 검거됐다. 특히 불법사금융은 해당 분야 검거인원의 73.1%, 직거래사기는 사이버사기 검거인원의 44.5%를 차지했다.

일선 경찰서의 수사 역시 민생범죄가 얼마나 서로 다른 얼굴로 시민의 일상에 침투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성서경찰서는 한 구청 공무원이 피해자에게 약 4,400만원을 빌려준 뒤 약 7,660만원을 상환받아 법정이자율을 초과한 이자를 수취한 사건을 적발했으며, 달서경찰서는 중국에 상선을 둔 인터넷 사기조직의 송금·인출 구조를 추적해 인출책 등 2명을 구속했다. 달서서 사건의 경우 조직이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전자제품을 판매할 것처럼 피해자들을 속여 296명으로부터 5억5,000만원을 편취한 뒤 최초 입금계좌에서 연결된 20여개 계좌로 돈을 분산 송금하고 인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각 지점 CCTV 분석과 인출책 진술 등을 토대로 송금책을 특정하고 296건의 여죄를 병합했으며, 최종적으로 기망책 등 상선이 중국을 거점으로 활동한 사실까지 확인했다.

이번 중간성과는 단순한 검거인원을 넘어 범죄의 외형이 달라지는 상황에서도 자금 흐름을 추적해 실체를 확인하는 수사과정을 보여준다. 실제 대구경찰청은 불법사금융이 종래의 미등록 대부나 법정이자율 초과에서 벗어나 상품권·휴대전화 거래를 가장한 이른바 ‘내구제 대출’, 가족과 지인을 상대로 한 불법추심 등으로 변형되고 있고, 사이버사기 역시 해외에 거점을 둔 채 기망책·송금책·인출책으로 역할을 분업하는 조직형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범죄의 간판이 정상적인 산업을 닮아갈수록 시민의 판단은 어려워진다”

문제는 범죄의 간판이 갈수록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닮아간다는 데 있다. AI와 온라인 커머스, 콘텐츠 제작, 유통·물류, 여행상품, 구매대행 등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에서는 새로운 사업모델과 거래방식이 계속 등장하는 만큼, 이를 빙자해 원금이나 고수익을 약속하며 자금을 모집하거나 투자자를 다시 모집하면 수익을 지급한다고 제안하고, 단순 아르바이트나 정산 업무라는 명목으로 타인의 돈을 받아 재송금·인출하도록 요구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경찰청도 과거부터 구매대행이나 쇼핑몰 리뷰 아르바이트를 가장해 소액 수익을 먼저 지급한 뒤 신뢰를 형성하고 고액의 구매·송금을 요구하는 사기수법을 경고해왔다.

이 과정에서는 한 사람이 처음부터 명확한 ‘가해자’ 또는 ‘피해자’로 출발하지 않는 사건도 생길 수 있다. 고수익 사업이나 아르바이트라고 믿고 돈을 넣었다가 손실을 본 피해자가 어느 순간 다른 투자자를 소개하거나, 정산 업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계좌로 들어온 돈을 다시 송금·인출하거나, 사업의 실체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홍보와 회원모집에 관여하는 경우에는 사실관계에 따라 수사과정에서 자신의 역할과 인식 정도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조사는 협조하되, 자신의 법적 지위부터 정확히 확인해야”

특히 문제가 발생한 뒤 당황해 휴대전화 메시지나 거래내역을 삭제하거나, 상대방의 지시에 따라 돈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계좌를 정리하는 것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범죄 연루 가능성을 인지했다면 대화내용, 계좌내역, 계약서, 광고문구, 송금 요청내용 등 당시 자신이 무엇을 알고 어떤 설명을 들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수사기관의 사실확인에 협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경찰의 연락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를 피해자 또는 피의자로 단정해서도 안 된다. 실제 형사책임은 범죄의 존재뿐 아니라 당사자가 범행을 어느 정도 인식했는지,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 경제적 대가를 받았는지, 자금의 성격을 언제 알게 됐는지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범식 대표변호사(법무법인 대련)는 “가장 위험한 대응은 두려움 때문에 기록을 지우거나 돈을 급히 옮기는 것입니다. 자신의 결백을 설명하려던 행동이라도 사후적으로는 거래 경위와 증거 관계를 불필요하게 복잡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경찰 수사에는 성실히 협조하되 조사에 앞서 자신이 피해자인지 참고인인지 피의자인지, 그리고 어떤 거래와 행위가 문제되고 있는지를 정확히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법률전문가와 상담해 사실관계를 시간순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형사사건에서 예방은 범죄를 당하지 않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건에 휘말린 직후 첫 대응을 잘못하지 않는 것까지 포함합니다.”라며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준성 대구경찰청장은 “경제적 절박함 파고드는 범죄, 단호하고 엄정하게 수사”라고 하며 "고물가가 장기화되며 경제적 여건을 개선하려는 서민들의 심리를 이용한 금융범죄와 국경을 초월해 조직화·지능화되는 사이버상의 범죄에 대하여 단호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며 강력한 대응 의지를 전했다.

민생범죄가 진화하는 속도만큼 시민의 경계도 달라져야 한다. ‘나는 돈을 잃지 않았으니 피해자가 아니다’, ‘나는 시키는 대로 송금만 했으니 범죄와 무관하다’는 이분법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사건이 생겨나는 이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정상적인 투자와 사업, 거래와 아르바이트의 외형을 빌린 범죄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경찰의 수사력이 그 이야기의 끝을 추적한다면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그 시작에서 한 번 더 의심하는 힘이다. 그리고 이미 그 안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기록을 없애거나 돈을 움직이기보다 멈추고 수사에 협조하면서 자신이 법적으로 어디에 서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첫 대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