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작은 선택이 만든 배움의 출발점
[대전시민뉴스 Amanda Moon 자문위원] 어릴 적 우리 가족은 매주 가족회의를 열었다. 서로의 생각을 듣고 함께 결정했으며, 가족신문을 만들어 일상의 이야기를 글로 남겼다. 여행을 가고 싶을 때는 동전을 하나씩 모아 목적지를 정하고 계획을 세웠다.
유치원을 운영하셨던 어머니와 운동선수였던 아버지는 내게 공부만을 강조하지 않으셨다. 대신 내 생각을 말하고, 스스로 계획하고, 직접 해볼 기회를 주셨다. 당시에는 그저 우리 집의 평범한 일상인 줄 알았다.
지금 돌아보면 그것이 내가 받은 첫 교육이었다.
지난 아홉 편의 칼럼에서는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를 전했다. 자신의 관심을 연구로 발전시킨 아이, 실패를 기록하며 다시 도전한 아이, 교실에서 시작한 생각을 세계 무대에서 자신의 언어로 발표한 아이도 있었다.
마지막 칼럼에서는 잠시 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나는 왜 지금과 같은 교육을 하게 되었을까.

▲사진설명=어린시절, 부모님은 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세상을 배우도록 이끌어 주셨다. /사진=Amanda Moon.
호기심을 탐구로 확장하는 실천의 과정
스페인문학을 공부하고 서로 다른 문화권의 가족과 살아가며 나는 교육을 보는 시야를 넓혔다. 한국 교육의 성실함과 학습의 깊이도 소중했고, 스스로 질문하고 선택하며 표현하는 경험도 중요했다. 그 장점들을 아이의 배움 안에서 연결하고 싶었다.
그래서 수업에서도 먼저 아이를 본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할 때 눈빛이 달라지는지 살핀다. 그리고 그 관심이 독서와 글쓰기, 과학 프로젝트와 발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다.
지유정 학생의 메추리 부화 연구도 그렇게 시작됐다. 마트에서 본 메추리알에 대한 호기심이 관찰과 기록, 실패와 재시도를 거쳐 연구와 발표로 발전했다. 국제 대회 Grand Prize는 기쁜 결과였다. 하지만 내게 더 오래 남은 것은 자신의 궁금증을 끝까지 붙들고 답을 찾아간 아이의 모습이다.
교육 방법에는 PBL, IB, STEAM처럼 다양한 이름이 붙는다. 아이가 직접 탐구하고 표현할 기회를 넓혀준다는 점에서 반가운 변화다. 그러나 어떤 방법이든 아이가 마음 놓고 “이게 궁금해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 시작된다. 잘되지 않았을 때도 다시 해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다음 걸음을 뗄 수 있다.

▲사진설명=서로 다른 문화권의 가족과 살아가며, 나는(왼쪽 세번째 Amanda Moon.) 다양한 문화속에서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갔다. /사진=Amanda Moon.
결과보다 중요한 개개인의 잠재력과 자율성
선생님과 학생 사이도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다.
경쟁이 치열한 한국의 교육 환경에서 우리는 자주 아이가 어디까지 앞서갔는지를 묻는다. 하지만 그만큼 자주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이 아이는 무엇에 마음이 움직이는가. 지금 어떤 속도로 자라고 있는가.
책을 읽고, 실험하고, 글을 쓰고, 사람들 앞에 서보는 여러 경험은 아이를 더 바쁘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이가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어른도 그 아이에게 맞는 방향을 함께 찾아가기 위해서다.
교사가 아이의 가능성을 대신 만들어 줄 수는 없다. 다만 아이가 아직 알아보지 못한 관심을 함께 발견하고, 그것을 실제 경험으로 이어줄 수는 있다. 어떤 아이에게는 책 한 권이, 어떤 아이에게는 실험이, 또 다른 아이에게는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이 그 시작이 된다.

▲사진설명=Amanda Moon Education은 그렇게 쌓아 온 경험과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며 관계 속에서 교육의 가치를 이어 간다. /사진=Amanda Moon Education.
Amanda Moon Education은 그런 생각과 경험이 쌓여 만들어졌다.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했던 작은 프로젝트, 언어와 문학을 공부하며 넓어진 시야, 서로 다른 교육을 가까이에서 보며 품었던 고민, 그리고 수많은 아이와 수업하며 배운 것들이 지금의 교육 안에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나는 가족신문에 무엇을 썼는지 모두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내 의견을 들어주던 가족의 모습과 동전을 모으며 여행을 직접 계획하던 어릴 적의 마음은 선명하다. 내가 가르친 아이들에게도 그런 기억을 남기고 싶다.
“내가 궁금해서 끝까지 해봤어.”
“실패했지만 다시 해봤어.”
“내 생각을 사람들 앞에서 말해봤어.”
상장이나 성적표보다 오래 남아, 언젠가 스스로 다음 길을 찾을 때 힘이 되어 줄 기억 말이다.

▲사진설명=Amanda Moon 교육이사 프로필 /사진=EUROMATH&EUROSCIENCE.
신뢰와 공감으로 이어가는 배움의 여정
지난 열 편의 칼럼을 쓰며 다시 확인했다. 아이마다 출발점도 자라는 속도도 달랐지만, 아이의 성장을 이끈 순간에는 자신의 생각을 들어주고 가능성을 믿어 준 사람이 있었다.
새로운 교육의 이름과 방법을 배울수록 나는 오히려 어린 시절의 가족회의를 떠올린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계획을 세우고, 직접 해볼 기회를 주었던 그 평범한 시간들. 이제는 내가 아이들에게 그런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다.
교육은 결국 사람을 남긴다.
한 아이의 말을 듣고, 그 가능성을 믿으며, 스스로 성장하는 시간을 함께하는 것. 가장 평범해 보이지만 내게는 무엇보다 특별한 일이다. 그것이 내가 지켜온, 그리고 앞으로도 Amanda Moon Education에서 이어갈 나만의 교육철학이다.
매주 금,토 18시~22시 중앙시장 화월동(제3주차장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