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민뉴스 정혜현 기자]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른바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소비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약과와 개성주악 등 옛 간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익숙했던 먹거리가 새로운 형태로 소비되는 가운데 대전에서 전통적인 제조법에 무게를 두고 병과를 선보이는 이가 있다. 서구 갈마동 김씨생과방을 운영하는 김명진 대표다.

본지는 김 대표를 만나 이 길을 선택한 배경과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 및 한식 디저트를 바라보는 시선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Q. 전통 병과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우선 제가 떡을 너무 좋아해요. 어렸을 때 외갓집뿐만 아니라 본가에서도 가양주를 빚거나 한과를 만드는 모습을 늘 보고 자랐어요. 그러다 보니 밀가루나 빵보다 쌀로 만든 것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특히 외갓집에서 숨바꼭질을 하면 저는 곳간에 숨어 있었어요. 그곳에는 커다란 가양주 항아리가 있었는데 누룩과 술이 익어가는 냄새가 났어요. 어두운 곳간 틈으로 햇빛이 들어오면 먼지가 떠다니고 나무 선반에는 한과가 놓여 있었죠.

저한테는 그 모습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지금까지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그래서 제 음식을 드시는 분들도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한식 디저트를 전문적으로 다루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서울까지 오가며 공부했고 관련 대회에도 참가했습니다. 매일 떡을 빚고 집에서도 여러 종류를 시도하면서 경험을 쌓았어요.

개성주악처럼 손이 많이 가고 만들기 어려운 메뉴부터 약과까지 반복해서 연습했습니다. 우리 한과는 알려진 것보다 종류가 훨씬 다양하고 완성까지 며칠, 길게는 보름가량 걸리는 것도 있어요.

그중 사과정과도 소개하고 싶습니다. 꽃 모양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사과를 얇게 썰어 가정에서도 시도할 수 있어요. 많은 분이 정과를 어렵게 여기시는데 꼭 전문가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최근 전통과 현대적인 요소를 결합한 퓨전 디저트가 다양하게 나오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는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다른 업체에서 새로운 형태로 선보이는 것도 각자의 방식이라고 봅니다. 저는 조금 다른 길을 택했어요.

문화라는 게 쓰지 않고 먹지 않고 보지 않으면 사라질 수 있잖아요. 누군가 계속 만들지 않으면 없어질 수도 있고요. 그래서 과정이 고단하더라도 원래의 모습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무언가를 많이 더하기보다는 찹쌀 등이 가진 특성을 살려 담백하게 완성하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방식이에요.

지금은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시대잖아요. 그 안에서도 우리만의 정체성은 있다고 봅니다. 국내에서 나는 재료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맛을 낼 수 있어요. 여러 요소를 가미해 강한 자극을 주기보다는 먹은 뒤 편안함이 남았으면 합니다.

손님들이 드신 뒤 엄마가 생각난다, 할머니가 생각난다고 말씀하실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마음이 벅차죠. 먹는 것이 지나간 추억을 다시 떠올리게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자연에서 얻은 본연의 맛을 조금 더 살리고 싶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Q. K-푸드에 대한 해외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우리 전통 다과를 접했을 때 반응은 어땠나요?

외국인들이 참여한 행사에서 다과와 차를 준비한 적이 있어요. 다음 날 다시 찾아와 차나 다과를 구입하고 싶다고 하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외교관이나 대사관 관계자, 일본에서 음식과 관련된 일을 하는 분들에게 제품이 전달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어요. 한국 사람에게는 익숙한 음식일 수 있지만 외국인들은 한국 왕실에서 먹었던 음식이라는 배경에도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아요.

앞으로 우리나라의 좋은 다과를 무조건 퓨전화하기보다 본래의 모습으로 해외에 알리고 싶습니다.

Q. 앞으로의 운영 계획이 궁금합니다.

돌잔치나 상견례, 결혼처럼 기쁜 순간도 있고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하는 때도 있잖아요. 그런 삶의 과정에 저희가 함께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장례 답례품을 준비할 때는 시작부터 마음가짐도 달라져요. 상주분들에게는 제가 편지를 써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하나를 더 판매하는 것보다 찾아오시는 분들이 위로받고 다정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향후에는 커리큘럼을 제대로 갖춰 체계적으로 가르쳐보고 싶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배우고 싶다거나 수업을 열어달라는 분들이 찾아오지만 지금 당장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전통 다과는 대부분 손으로 하는 작업이라 주문을 소화하면서 교육까지 진행하기에는 여건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일부 사람만 알고 있는 기술로 남기보다는 더 많은 분이 접하고 직접 해볼 수 있도록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